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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신도를 위한 침묵피정후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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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6-11-15 11:36 조회52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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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 속에서 뚫다

 

김부용(글로리아)

 

 

CLC를 처음 만난 2011년 처음 참가하게 된 침묵피정, 올해는 네 번째 참가였습니다. 지난 세 번의 참가 때와는 달리 이번 피정에서는 시작하기 전부터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가진 문제로 인해 피정 기간을 잘 보낼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피정에 들어가기 전 제 생활에서 기도나 묵상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었습니다. 하느님께 젖어드는 혹은 하느님과 함께 한다는 느낌이 없는 기도, 그저 말만 남발하는 듯한 기도밖에 못하고 있던 저로서는 피정을 잘 진행해낼지가, 하느님과 오롯이 침묵 속에서 보내야 하는 시간들이 자신이 없었습니다. 하느님과 나 사이가 꽉 막혀 있다는 염려를 안고 <성 바로오 피정의 집>을 찾았습니다.

 

피정 첫날은 그 예상이 적중(?)되는 것 같았습니다. 길잡이님이 묵상 주제와 성경구절을 주셨지만 거기에 몰입되지 않았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묵상보다는 잠이 더 급했던 것 같습니다. 묵상하려고 앉았다가 ‘누워서 하면 어때’하면서 누워버리고는 잠들어 버렸습니다. 7시에 약속된 면담 때문에 잠에서 깨어나 억지로 묵상에 돌입했지만 묵상이라기보다는 푸념이었습니다.

이렇게 힘들어진 내 삶에 대한 푸념, 딱히 하느님께 하는 푸념도 아닌 푸념을 늘어놓다가 서서히 내 삶이 어려워진 것에 대한 반성으로 이어졌습니다.

사실 미사나 기도 중에 늘 하던 반성이었지만 그 시간의 반성은 더 혹독했던 것 같습니다. 눈물을 쏟으면서 하느님께 매달리는 나를 보았습니다. 정확히는 하느님이 외면하시는 나를 보았습니다. 단호하게 서 계시는 하느님 발치에서 깨갱거리며 매달리고 있는 강아지 같은 나.

그렇게 하느님이 다가오자 저는 하느님께 한편으로 화를 내며 한편으로 하느님께 도와달라고 간청하는 나를 보았습니다.

 

이 묵상(?)에 대해 길잡이님이 해주신 말씀이 제 마음을 더 답답하게 했습니다. “오히려 하느님께 자매님의 도움이 필요하시다는 생각은 안드시나요?“, ”하느님은 우리의 문제를 해결해주시는 분이 아니에요.“그 두 말씀이 나를 더 절망스럽게 했던 것 같습니다.

방으로 돌아와 다시 묵상에 돌입하려고 누웠습니다. 이번 피정의 첫날은 제 스스로 <빨간 머리 앤>에 등장하는 숲 속 같다고 감탄한 피정의 집의 자연도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오로지 방에서 쉬고 자고 그러고만 싶었습니다. 

 

그렇게 자다가 눈을 떠보니 새벽 한시였고 그때부터 다시 묵상 아닌 푸념이 시작되었습니다. 이 번 푸념에서 하느님은 처음과 전혀 다른 모습으로 오셨습니다. “늙고 힘 빠진 시골부모”와 같은 모습. 내가 힘들어 찾아갔으나 내가 위로해드리고 와야 하는 그런 부모님. 그런 하느님을 느끼다가 체념에 이르러 “할 수 없지 뭐. 내 힘으로 해야지. 어떻게 되겠지”라는 느낌에 도달한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제 묵상이 조금씩 그런 하느님에 대해 느껴보고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그런 분이라도 내 옆에 있어주면 좋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면서 전날 면담에서 길잡이님이 하신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그 모든 불행 속에서 하느님이 계셔서 느낄 수 있는 행복”이라는 말씀이.......

그 당시에는 전혀 수용되지 않던 말이었는데 그 말이 서서히 제 마음으로 녹아들어오고 있음이 느껴졌습니다. 꽉 막혔던 제 마음이 젖어들기 시작했습니다. 

 

다음날부터 방에서 벗어난 피정이 가능해졌습니다. 산책도 하고 싶어졌고 성당에서 묵상도 하고 싶어졌습니다. 꽉 막혔던 마음이 뚫리기 시작하고 있음을 느끼면서 제가 하느님을 어떻게 대해 왔는지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신명기의 말씀인 “너희는 하느님을 사랑하고 하느님께 매달려라”가 바로 저에게 필요한 말씀임을 깨달았습니다.

제가 하느님을 제대로 사랑하지도 하느님께 매달리지도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하느님과 대화하고 싶다, 마치 친구처럼.”이런 마음이 들면서 그 동안 저는 하느님께 제 삶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유치원 아이가 집에 돌아와 그날 일을 재잘거리듯이 그렇게 하느님과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 저를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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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날의 묵상은 제가 누구인지를 새삼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피정의 집 성당과 연결된 3층의 기도실에서 “하느님이 나를 대하시는 독특한 방식”이 있다는 느낌이 들면서 이 독특한 방식은 하느님이 내게 원하시는 것 때문일 거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하느님은 나에게 무엇을 원하시나? 그날의 저는 하느님께서 “제게 깨달음을 원하신다”고 느꼈습니다. 무엇을 깨닫길 원하실까? 진실을. 기만이 아닌, 속임이 아닌 진실을. 그 동안 내가 하느님 앞에서조차 나를 숨기고 속여 왔다는 깨달음이 들면서 하느님은 이제 그런 가면과 가식을 벗어던지라고 말씀하심을 느꼈습니다. 내가 느끼는 만큼, 내가 믿는 만큼 느끼고 믿으며 살라고 하시는 하느님, 그렇게 나를 이끄시려는 하느님이 느껴졌습니다. 

‘나에게 정직해지고 하느님께 정직해지자.’그런 결심을 하면서 꽉 막혔던 하느님으로 가는 길이 뚫리기 시작함을 느끼면서 하느님이 나에게 주실 지혜, 용기, 기회에 대한 믿음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이번 피정은 제게 이 결심과 믿음을 선사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피정에서 제가 받은 가장 큰 선물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성부이신 하느님을 만났다는 것입니다. 가톨릭 신자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만남이겠지만 그 동안 저는 그런 만남을 하지 못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이신 주님으로서 하느님에 대해 더 친밀감을 느끼고 그 분을 더 만나고 싶어 했습니다.

 

이번 피정에서 성부이신 하느님, 늙고 힘없어 보이기도 하지만 권능의 존재이며 그만큼 큰 자비를 가시진 하느님....그분을 만난 것. 그분이 저를 뚫어주신 것. 이것이 이번 피정에서 얻은 가장 큰 의미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면서 결심했습니다. 이 분께 내 삶을 오롯이 말씀드리겠다고. 그리고 정직하게 이분과 대화하겠다고, 왜냐하면 제가 그러고 싶어졌으니까요. 이분께 가장 먼저 이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정직하게.  “하느님이 계셔서 참 좋습니다.”

 

 * 2016년 11월 4~6일 성바오로 피정의 집에서 진행된 평신도를 위한 침묵피정 후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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